Page 75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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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上 75
어째서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가?아수라의 모습으로 설법을 한
다면 당장 모른다고 말할 것이며,아귀의 형상이나 나아가서는 형
상 아닌 것으로 설법을 한다면 모른다고 할 것이다.여러 스님네
들이여,이러한 도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얼른 대중 앞
에 나와서 밝혀 보도록 하라.
만약 이렇게 도리를 설명할 수 있다면 시방세계가 모두 온다
해도 나의 이 도리일 뿐 어찌 다시 4생9류가 있겠는가.이렇게 말
한다면 꿈엔들 불법을 보았겠는가.그것은 손을 댈 때부터 훌륭한
인물을 만나지 못하고 멍청한 난두삼자(蘭頭衫子:속인이 입는 푸
대자루 같은 옷)를 굳게 집착했기 때문이다.귀먹은 속인 앞에서
‘나는 할 수 있고 나는 안다’라고 하나 마치 한 봉사가 여러 봉사
를 인도하듯 하여 줄줄이 쫓아가니 어디에 구제할 여지가 있겠는
가.
여러 스님네들이여,그대들은 의심하는가.내가 지금 그대들에
게 묻겠다.눈앞의 청산을 보는가.좋고 나쁜 것을 보는가.고양이
나 개,모든 새와 짐승을 보는가.보지 못한다고 한다면 멍청한 사
람이 될 것이며,본다고 한다면 그대들은 설명해 보시오.‘이것은
색(色)일 뿐이다’느니 ‘이것은 어느 정도로 분명하다’느니 ‘이것은
무엇인가?’,‘이것은 이렇게 가련하다’,‘무엇이든 다 나일 뿐이니
다시 어느 곳으로 가겠는가’라고 한다.그러나 이렇게 말한다면 멍
청한 중에서도 가장 멍청하다고 할 것이다.승속을 분별 못 하며
길흉을 알아내지 못한 채 승복에 몸을 맡긴 어설픈 속인인데 어찌
함께 불법을 논할 만하겠는가.
여러 스님네들이여,응당 가까이할 만한 사람[附近人]이라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