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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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71
만리 바다의 한 조각 배와 같네
해동의 중 강남에 와서 노닒을
뉘라서 알아주리.
석옥(石屋)화상을 하직함
제자 보우(普愚)는 오랫동안 도풍을 우러러 천만 리를 멀다 않
고 이 하무산(霞霧山)꼭대기를 찾아와 마침내 스승[函丈]*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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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 되매 마치 빈궁한 아들이 그 아버지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반 달 동안 모시고 있으면서 심요(心要)를 결택하고 법
의 젖을 한껏 먹었습니다.그 은혜는 비록 몸이 가루가 된다 해
도 실로 갚기 어려웠는데,이제 하직하게 되었으니 어찌 감회가
없겠습니까.삼가 덕을 칭송하며 발원하옵고 게송을 지어 올려
조그만 정성을 표합니다.
제가 큰스승 석가의 대원경지를 관찰하고
또 제자인 저의 평등성지를 관찰하매
원래 한 바탕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환히 밝고 트여 그림자 없습니다.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어 능소(能所)가 끊어졌고
신통하고 밝아 항상 고요한 가운데 비춤이 있습니다
*함장(函丈):스승과 자기의 자리 사이를 1장(丈)간격으로 떼어놓는 것.스승
이란 뜻으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