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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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태고록
푸른 산에 가는 것을 사랑하지도 않고
홍진에 달리기를 싫어하지도 않으며
다만 내 심성에 맞추어
덕을 닦아 왕의 은혜 갚으려 했네.
세상의 영화롭고 욕된 일
자세히 보면 마치 물거품 같거니
내 만일 거기 오래 머무르면
명성에 많은 잘못이 있으리니
옳고 그름을 모두 잊어버리고
수풀 골짜기에 날개를 간직함만 못하리.
나의 우둔함을 누가 가엾이 여기리
수풀 샘에는 그윽한 맛 있으니
훌륭하신 임금님,만일 나를 아껴 주시려거든
청산에서 늙도록 놓아주시라.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온통 푸르른데 연기와 안개뿐이네
나는 거기서 도를 닦아
이 나라에 법비를 내리고
알뜰한 마음으로 성수(聖壽)를 빌면서
아침저녁으로 향불 사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