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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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33


            갈는지 모르겠구나”하시고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친 뒤에 말씀하
            셨다.

               “사람들이 물가에서 흩어진 뒤에 모래밭 갈매기가 주인이 되었
            구나.”
               주지실에서는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리친 뒤에 “여기서는 부

            처가 와도 때리고 조사가 와도 때린다”하시고 또 한 번 내리치셨
            다.
               문하시중 상국(門下侍中相國)이제현(李齊賢)이 축원문[疏文]을

            드리니 스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대중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국왕께서는 바른 법을 보호해 지키시고,나라와 백성을 보호
            하시며 선지중예삼매(善知衆藝三昧)에 드시는 줄을 아는가.보지

            못하거든 유나(維那)를 번거롭게 하여 대중을 위해 축원문을 들려
            주게 하리라.”

               그리하여 유나는 축원문을 다 읽었다.
               스님께서 만수가사(滿繡袈裟)들고 말씀하셨다.
               “이 한 벌의 만수가사는 우리 어지신 임금님의 본심 속에 있는

            지혜의 칼날을 번쩍여 만드신 것이요,지극한 정성을 걸러 지은
            것이다.다섯 가지 빛깔이 서로 비꼈으니 의로운 하늘에 별빛이

            찬란하고,일곱 가지 보배로 둘러쌌으니 지혜 바다에 물결이 넓고
            맑다.적성(赤城:궁궐)의 놀 기운은 왕성하고 옥액(玉掖:궁궐)의
            향 연기는 가득한데,보배로운 새와 기이한 짐승은 우리 임금님의

            만 대 상서를 드리고,상서로운 풀과 바위의 꽃은 우리 황후의 오
            랜 봄빛을 펼친다.이것은 비로자나의 보배로운 옷이 아니며 석가
            의 낡고 때묻은 옷이 아니니,말해 보라.어떤 사람의 신분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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