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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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43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정월[王政之月]15일에 왕궁으로 나아가 높은 보좌

            (寶座)에 앉으니 사람과 하늘이 한자리에 모였다.자,도를 물어도
            좋고 선을 물어도 좋다.그러나 이치로는 그렇지마는 실제로는 그
            렇지 못하다.

               이 달은 찬 기운이 이미 물러가고 아침볕이 빛을 날리니,우리
            위대한 임금께서 명당(明堂)에 오르시어 총명(聰明)을 두루 펴신다.
            아무리 멀어도 살피지 못할 것이 없으시며,어진 정치를 베풀어

            선을 상주고 악을 벌주시니,이것이 왕이 된 자의 큰 정치이다.
               국가에 일이 있을 때에는 불법의 힘을 의지해야 비로소 그 삿
            됨을 누를 수 있으니 그러므로 먼저 불법의 일을 바로해야 한다.

            도가 있는 이를 상주어 가람을 맡아 대중을 거느리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국가를 복되고 이롭게 하게 해야 하니,이것이 바로 선

            왕께서 행한 법이자 왕도정치의 기본이다.그러므로 집을 떠나 도
            를 닦는 이는 이름을 구하지 않고 이익을 구하지 않으니,주지되
            기를 바라지 않고 의식을 꾀하지 않아야 한다.남의 공경이나 찬

            탄을 구하지 않고,즐겨 절도를 지켜 나쁜 옷을 입고 나쁜 음식을
            먹으며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출세하기를 꾀하지 않아야 비로소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이의 할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새 사람들은 제 힘만으로 구할 뿐 아니라 남의 세력
            을 의지하여 구하기까지 하니 낸들 어찌하겠는가.”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리치고 또 말씀하셨다.
               “호랑이는 얼룩얼룩한 짐승을 먹지 않는데 그것은 제 무리를
            해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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