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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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씀하셨다.
“속인 가운데에도 임금께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재주를
품고 덕을 알지마는 세상의 버림을 받아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시대를 걱정하고 나라를 근심하여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구제
하려는 사람이 있다.내가 비록 어리석고 어질지 못하나 끊이지
않는 슬픔을 참지 못하여 그 뜻을 아뢰는 것이다.
어질고 착한 이를 상주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이를 벌주면,누
가 충성하지 않고 누가 효도하지 않으며,누가 무도(無道)하고 누
가 배우지 않으며,누가 자기의 덕을 닦지 않겠는가.그러므로 지
금 당장 산을 뽑는 힘과 세상을 덮는 기개를 가진 이가 있으면 나
와서 이 태고와 힘을 겨루고 승부를 다투어도 무방하리라.나라를
위해 몸을 버려 큰 공을 세운다면,어찌 제후에 봉(封)해질 뿐이겠
는가.그러나 그런 사람이 없으면,이 태고 노승은 한 마리의 말
과 한 자루의 창으로 몸소 국경의 적을 치러 갈 것이다.자,말해
보라.가기는 어렵지 않지마는 어떤 것이 큰 공을 세운다는 그 한
마디인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막야검(鏌鎁劍)을 비껴 잡고 바른 명령
받들어 태평천지에 미련한 놈 베리라”하시고는 주장자로 법상을
두 번 내리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