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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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가지 않도록 하시오.”
또 한 번 내리치고는 “만일 조금이라도 의심에 끄달리면 훌륭
한 일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하시고 또 한 번 내리치고는 “지극
히 공평하여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면 하늘이 보호할 것이다”하
셨다.
또 한 번 내리치고는 “부처를 공경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면 뉘
라서 편안하지 않겠는가”하시고 또 한 번 내리치고는 “여기에 어
긋나면 입이 있어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셨다.
또 한 번 내리치고는 “성군(聖君)이 한 번 화를 버럭 내시면 온
백성의 마음에 우레같이 진동할 것이다”하시고 또 한 번 내리치
고는 주장자를 세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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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장자를 들고 말씀하셨다.
“옛날 소설산에 있을 때에도 사람을 위해 한 법도 말하지 않았
고,지금 사나당(舍那堂)에 머무르면서도 남에게 한 법도 말하지
않았다.나라의 은혜를 받기만 하고 조금이나마 갚을 덕이 없어
그저 이렇게 경황없이 날마다 부질없는 신(神)과 들귀신들과 도깨
비 따위와 더불어 한데 섞여 지낸다.다만 이익을 도모해 생활을
돕는 일을 듣고,뒤바뀐 망상으로 뜬세상을 헤아리면서 이렇게 대
응해 나가느라 조금도 쉬지 못하였으니,이것이 어찌 과거의 업이
그렇게 시킨 것이 아니겠는가.”
주장자를 세워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는 이 나를 스스로 꾸짖은들 무엇 하
겠는가.”
*인사한 말은 적지 않는다.【원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