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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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태고록
3.지정 17년 정유 정월 15일
왕궁의 진병(鎭兵)을 위한 설법
법좌에 올라서 축원하는 향을 사르고는 자리에 나아가 축원문
[疏文]을 들고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삼매는 어떤 부처님도 알지 못한다.지금 국왕
은 불법을 보호하니 삼매가 모두 그 속에 있거늘 누가 그것을 분
명히 아는가.만일 자세히 알지 못하면 유나(維那)를 번거롭게 하
여 낭독하게 하리라.”
그러자 유나는 축원문을 다 읽었다.
스님께서 불자를 세워 들고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내려온 종승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있는가.5교(五
敎)와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敎)는 다만 오랑캐 석가가 싸 놓은 오
줌이며,부처님이나 조사님네는 다만 꿈속에서 꿈을 말하는 사람
들이었다.만일 도의 이치로 헤아리면 종승을 파묻어 버리게 될
것이며,세속의 이치로 헤아리면 과거의 성인을 저버리게 될 것이
다.이렇다 하여도 안 되고 이렇지 않다 하여도 안 되며,안 된다
는 그것도 안 된다 해도 역시 안 될 것이니 만일 본분의 납승이라
면 4구백비(四句百非)밖에서라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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