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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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조상서(趙尙書)의 청으로 영가에게

                    소참법문을 하다













               스님께서 법좌에 올라가 죽비로 향탁(香托)을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채(蔡)씨 영가는 아는가.이 자리에서 알았거든 바로 본지풍광
            (本地風光)을 밟을 것이오,만일 모르거든 이 말을 들으라.

               채씨 영가는 50여 년 동안을 허깨비 바다[幻海]에 놀면서 온갖
            허깨비 놀음을 하다가 오늘 아침 갑자기 4대가 흩어져 각각 제
            곳으로 돌아갔다.그리고는 밝고 텅 빈[虛明]한 점만이 환히 홀로

            비추면서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청하면 곧 오는데,산하와 석벽
            도 막지 못한다.오직 이 광명은 시방세계의 허공을 채우고 하루

            스물네 시간을 찬란히 모든 사물에 항상 나타나고 있다.그러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산하대지는 법왕의 몸을 완전히 드러내고,초목총림은 모두

            사자후를 짓는다.한 곳에 몸을 나타내면 천만 곳에서 한꺼번에
            나타나고,한 곳에서 법을 설하면 천만 곳에서 한꺼번에 법을 설

            한다.한 몸이 여러 몸을 나타내고 여러 몸이 한 몸을 나타내며,
            한 법이 모든 법이 되고 모든 법이 한 법이 되는데,마치 인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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