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110
110 나옹록
하여 늘지도 않고 범부에 있다 하여 줄지도 않으며,해탈하여 의
지하는 곳이 없으며 활기가 넘쳐 막히는 일도 없다.비록 형상도
없고 처소도 없으나 시방세계를 관통할 수 있고 모든 부처의 법
계에 두루 들어간다.물물마다 환히 나타나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고 버리더라도 언제나 있다.한량없이 광대한 겁으로부터 나도
따라 나지 않고 죽어도 따라 죽지 않으며,저승과 이승으로 오가
지만 그 자취가 없다.눈에 있으면 본다 하고 귀에 있으면 듣는다
하며,6근에 두루두루 나타나되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다.
불자들이여,과연 의심이 없는가.여기서 분명하여 의심이 없으
면,바른 눈이 활짝 열려 불조의 혜명(慧命)을 잇고 스승의 기용
(機用)을 뛰어넘어 현묘한 도풍을 크게 떨칠 것이다.만일 그래도
의심이 있으면 또 한 가지를 들어 남은 의심을 없애 주리니 자세
히 보아라.”
죽비를 들고 “이것을 보는가”하고 한 번 내리치고는,“이 소
리를 듣는가.보고 듣는다면 그것은 무엇인가.그것은 무엇인가?”
하셨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