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113
어 록 113
당장 흩어지고,가려내지 못하겠거든 내 말을 들으라.맨 처음 한
마디와 마지막 한 기틀[機]은 3세의 부처님네나 역대의 조사님네
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지금 대중의 면전에 들어 보이니 북을 쳐
서 대중운력이나 하여라.
천 년의 그림자 없는 나무가 지금은 밑 빠진 광주리가 되었다.
2 천 년 전에도 이러하였고 2천 년 후에도 이러하며,90일 전에도
이러하였고 90일 후에도 이러하다.위로는 우러러야 할 부처도 없
고 밑으로는 구제해야 할 중생이 없는데,무슨 장기(長期)․단기
(短期)를 말하며 무슨 결제․해제를 말하는가.”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양쪽을 끊었고 가운데에도 있지 않다.빈손에 호미 들고 걸어
가면서 물소를 탄다.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다리가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구나.”
할을 한 번 하고는 “안녕히 계시오”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
다.
*파주구(把住句):스승이 학인을 다루는 수단으로서,꼭 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방행구(放行句):파주구의 반대로서 구속하지 않고 자유에 맡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