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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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나옹록



               24.승하하신 대왕의 빈전(殯殿)에서

                    소참법문을 하다













               스님께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손 가는 대로 향을 집어 향로에 사르는 것은 승하하신 대왕
            각경선가(覺瓊仙駕:공민왕을 말함)께서 천성(千聖)의 이목을 활짝
            열고 자기의 신령한 근원을 증득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향을 꽂으셨다.스님께서는 법좌에 기대앉아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주장자를 들고 말씀하셨다.
               “대왕은 아십니까.45년 동안 인간세상에 노닐면서 삼한(三韓)

            의 주인이 되어 뭇 백성들을 이롭게 하다가,이제 인연이 다해 바
            람과 불은 먼저 떠나고 흙과 물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대왕은 자

            세히 들으소서.텅 비고 밝은 이 한 점은 흙이나 물에도 속하지
            않고 불이나 바람에도 속하지 않으며,과거에도 속하지 않고 현재
            에도 속하지 않았으며,가는 것에도 속하지 않고 오는 것에도 속

            하지 않으며,나는 것에도 속하지 않고 죽는 것에도 속하지 않습
            니다.아무것에도 속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금 어디로 가겠습니

            까?”
               주장자를 들고는 “이것을 보십니까?”하고 세 번 내리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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