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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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나옹록
높은 소나무에 오똑이 앉아서 만사를 쉬었노라
납자들은 한가하면 여기 와서 구경하고
속인들은 길 없으면 여기 와서 노닌다
누대 앞뒤에는 시원한 바람 불고
산 북쪽과 남쪽에는 푸른 물이 흐른다
뼛속까지 맑고 시원해 선미(禪味)가 족하거니
9년을 떠나지 않고 어느 새 또다시 3년이 흘렀구나.
단비[旱雨]
가물 때 단비 만나면 누가 기쁘지 않으랴
천하의 창생(蒼生)들이 때와 티끌 씻는다
모든 풀은 눈썹 열고 빗방울에 춤추며
온갖 꽃은 입을 벌리고 구슬과 함께 새롭다
삿갓 쓴 농부들은 그 손길이 바쁘고
도롱이 입고 나물 캐는 여인네는 몸놀림이 재빠르다
늘상 있는 이런 일들을 보노라면
일마다 물건마다 모두 다 참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