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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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197
환봉(幻峯)
본바탕은 거북털 같아 찾아도 자취 없는데
우뚝 솟은 봉우리 몇 겹이던가
바라보면 있는 듯 분명히 나타나고
찾아보면 없어져 텅 비었네
설악(雪嶽)은 속은 비고 산세는 험준한데
부산(浮山)은 겉도 알차고 모양도 영롱하다
뿌리를 바로 꽂아 푸른 하늘에 서지 말라
뉘라서 그 꼭대기에 길을 낼 수 있으리.
석실(石室)
전체 견고한 이 감옥은 누가 만들었나
천지가 나뉘기 전에 이미 완연하였다
텅 빈 네 벽은 몇천 년을 지냈으며
분명한 세 서까래는 몇만 년을 지냈던가
어느 겁에도 우뚝하여 무너지는 일이 없고
어느 때도 크낙하여 부서지지 않는다
법계를 받아들여 얼마든지 너른데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윽하고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