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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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나옹록
참방 떠나는 박선자(珀禪者)를 보내면서
평생의 시끄러운 세상일을 다 쓸어버린 뒤에
주장자를 세워 들고 산하를 두루 돌아다니네
갑자기 물속의 달을 한번 밟을 때에는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집에 돌아가리라.
참방 떠나는 문선자(文禪者)를 보내면서
돌아가누나 돌아가누나
바랑은 안팎으로 여섯 구멍이 뚫려 있네
하루아침에 고향 길을 밟게 되거든
주장자 걸어 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
참방 떠나는 징선자(澄禪者)를 보내면서
어머니가 낳아 준 참 면목을 찾기 위하여
주장자를 세워 들고 앞길로 나아가네
홀연히 진짜 사자를 부딪치는 날에는
갑자기 몸을 뒤쳐 한 소리 터뜨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