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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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나옹록
수선자(修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몸과 마음이 본래 빈 것임을 분명히 알면
가는 곳마다 가풍을 펼치기에 무엇이 방해되리
비록 모든 사물에 분명히 나타났으나
다시 그 온 곳을 찾으면 자취가 없다.
성선자(成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묘한 도를 훌륭히 성취해도 별로 신기할 것 없고
다만 당사자 그 사람이 결정하는 때에 있다
허공을 쳐부수어 모두 가루 만들면
백천의 부처에 대해 결코 의심 없으리.
연선자(演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크게 의심 일으키되 부디 중단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모두 다 그 의심덩이 되게 하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집어 버리면
겁 밖의 신령한 빛이 싸늘히 담(膽)을 비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