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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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243


                 경선자(瓊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관문을 뚫고 나서면
               산하와 대지가 거꾸로 달리나니
               물밑에서 불이 일어 허공을 사르고

               초목과 총림들은 사자후를 하는구나.





                 향선자(向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신령스런 광명이 호젓이 빛나 근진(根塵)을 벗어났나니
               앉거나 눕거나 또 거닐거나 묘진(妙眞)을 나타내네

               단박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내디디면
               온갖 사물이 그대로 법왕(法王)의 몸 드러내리.





                 언선자(彦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거든 부디 죽은 공[頑空]에 집착 말라
               죽은 공에 집착하면 도를 통하지 못하리라

               어젯밤에 달이 동쪽 언덕에서 솟아나더니
               날이 밝자 또 하나 붉은 해를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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