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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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나옹록


               “지공의 천검은 그만두고 그대의 일검(一劍)을 가져오라.”
               스님은 좌복으로 평산스님을 밀쳤다.평산스님은 선상에 쓰러

            지면서 “이 도둑놈이 나를 죽인다!”하고 크게 외쳤다.
               스님은 “내 검(劍)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하고 붙들어 일으켰다.평산스님은 설암(雪菴)스님이 전한

            급암(及菴)스님의 가사와 불자를 전해 신표를 삼았다.
               신묘년(1351)봄에 보타락가산(寶陀洛迦山)으로 가서 관음보살
            께 예배하고 임진년(1352)에 복룡산(伏龍山)으로 가서 천암(千巖)스

            님을 뵈었다.천암스님은 마침 스님네들을 천여 명 모아 놓고 입
            실(入室)할 사람을 뽑고 있었다.천암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스님이 대답하자 천암스님이 다시 물었다.
               “부모가 낳아 주기 전에는 어디서 왔는가?”

               “ 오늘은 4월 2일입니다.”
               그러자 천암스님은 입실을 허락하였다.
               그 해에 북방으로 돌아와 다시 지공스님을 뵈오니 지공스님은

            법의와 불자와 범서(梵書)를 주었다.그리하여 스님은 연대(燕代)
            의 산천을 돌아다니는 말쑥하고 한가한 도인이 되었다.

               스님의 명성이 궁중에 들어가 을미년(1355)가을에 황제의 명
            을 받들어 대도(大都)의 광제사(廣濟寺)에 머물렀고,병신년(1356)
            10 월 15일에는 개당법회를 열었다.황제는 원사 야선첩목아(院使

            也先帖木兒)를 보내 금란가사와 비단을 내리시고,황태자는 금란
            가사와 상아불자(象牙拂子)를 가지고 참석하였다.스님은 가사를
            받아들고 대중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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