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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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나옹록
원선자(元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원래 묘한 도는 자체가 비었거니
무엇 하러 허망하게 글을 써서 남에게 보일 것인가
한 생각에 몸 생기기 전의 일을 알아차리면
기막힌 말과 묘한 글귀가 모두 다 티끌 되리.
징선자(澄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맑고 맑은 성품바다는 끝없이 넓어
어떤 부처도 감히 그 앞에 나아가지 못하나니
낱낱이 원만히 이루어져 언제나 스스로 쓰고
물물마다 응해 나타나는 것 본래 천연한 그것이네.
온선자(溫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을 하는 데는 조사의 관문을 지나야 하나니
관문을 지나지 못했거든 부디 등한하지 말라
갑자기 빛을 돌이켜 몸소 알아차리면
온 하늘과 온 땅에 모골이 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