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6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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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나옹록
2.고루가(枯髏歌)
이 마른 해골
지금 이것이 마른 해골임을 모르면
어느 겁에도 삼계를 벗어나지 못하리
이 물건이 뜬 허공 같음을 알아야 하네.
몇천 생(生)이나
생사에 윤회하면서 잠시를 멈추지 않았는가
사생육도(四生六道)쉼 없는 곳을
돌아왔다 다시 가면서 몇 번이나 몸을 받았나.
축생 혹은 인간의 모습으로 허망하게 형태를 수고롭게 하였는가
먹이 구해 허덕이나 마음에 차지 않아
이기면 남을 해쳐 제 몸을 살찌우다가
엄연한 그 과보로 업을 따라 태어나네.
지금은 진흙 구덩이 속에 떨어져 있으니
내 뼈는 어디에 흩어져 있는가
이 세계나 다른 세계에 남음이 없이
오며 가며 흩으면서 그치지 않았으리.
반드시 전생에 마음 잘못 썼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