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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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겠습니까?”
법안스님이 말씀하셨다.
“공(空)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더냐,색(色)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더냐?공이 인연을 맺는다고 한다면 공이란 본래 인연이 없는
것이다.색이 인연을 맺는다고 한다면 색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일상생활에 어떤 물건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는다
는 말이냐?”
덕소스님은 그 말을 듣고 머리끝이 쭈뼜해지며 느낀 바가 있었
다.그런 일이 있고 나서 또다시 어떤 선객이 물었다.
“무엇이 조계(曹溪)근원의 물 한 방울입니까?”
법안스님이 말씀하셨다.
“이것이 조계 근원의 물 한 방울이로구나.”
덕소스님은 듣고서 확실히 깨쳤다.법안스님께서 “그대는 앞으
로 우리 종지를 널리 펼 사람이니 이곳에 지체하지 말라”하시므
로 마침내 천태산을 돌아다니시다가 그곳이 좋아 그곳에서 생애
를 마칠 생각을 가졌다.
당시 오월(吳越)의 충의왕(忠懿王)이 왕자의 신분으로 태주 자
사(台州刺史)로 있었다.그는 스님의 높은 명성을 듣고 한번은 사
람을 보내 스님을 맞이하여 제자의 예를 올렸다.왕은 어느 날 밤
어떤 사람에게 목이 잘리는 꿈을 꾸었는데 놀람과 의심이 풀리지
않아 마침내 스님께 해몽을 부탁하였다.스님은 비상한 꿈이라면
서,주(主)자에서 점 하나를 없앴으니 곧 왕이 될 것이라고 하자,
왕은 과연 말씀같이 된다면 부처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였다.
건우 원년(乾祐元年:948),충의왕은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스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