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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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나 가볍게 굴지도 않는다.장좌불와(長坐不臥)하지 않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도 않는다.하루 한 끼만 먹는 고행을 하지
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식탐을 내지도 않는다.나는 만
족도 탐욕도 없다.이렇게 마음 둘 곳 없음을 도라고 한다.”
바수반두는 이 말씀을 듣고 무루지(無漏智)를 얻었다.
유림선사는 큰 소리로 할을 한 번 하고서 말하였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둔한 놈이다.”
택오율사는 이 말끝에 마음이 활짝 트여 껑충껑충 뛰면서 절하
고 말하였다.
“스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으면 어찌 잘못을 알았겠습니까.
지금부터는 지키면서도 지키지 않는,지킨다는 생각이 없는 계율
[無作戒]을 지키겠으며,더 이상 애써 마음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작별하고 떠났다.방장실로 돌아와서 익혀 왔던 수행
을 다 버리고 그저 선상(禪床)만을 지키며 법문하는 일말고는 묵
묵히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하루 저녁은 갑자기 명정(明靜)법사를
불러서 말하였다.
“경산스님께서 내게 망정과 집착을 타파해 주신 뒤 지금껏 가
슴속에 아무 일도 없다.오늘밤에는 무성삼매(無聲三昧)에 들어가
겠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가 없더니 마침내 영영 누우셨다. 통행록(通
行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