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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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湖居士)서사천(徐師川)과 함께 깊은 밤까지 이야기하던 중 진
술고(陳述古)가 소동파와 마주앉아 선에 관해 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소동파가 진술고의 말은 용고기를 먹는 것과 같다 하고,
자기 말은 마치 돼지고기를 먹는 것과 같아서 실로 맛있으면서도
참으로 배부르다고 하였다는 데에 이르자 영원선사가 말하였다.
“이는 소동파가 젊었을 때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구렁으로 떨어진 것이므로 마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는 게송 두 수를 지었다.
소동파가 우스갯말로 용고기 먹는 일이라 하였지만
혓바닥 밑에 도는 군침 어찌 예상키나 했었던가
군침 속에 참다운 맛이 있음을 안다면
용고기도 진미가 되지 못함을 말하게 되리.
東坡笑說喫龍肉 舌底那知已嚥津
能省嚥津眞有味 會言龍肉不爲珍
용고기가 돼지고기임을 어떻게 알리
정교한 말이나 거친 말 모든 것에 신묘가 깃들여 있는데
애석하다.당시의 동파거사여
큰 기틀로 육진 티끌을 벗어나지 못했구려.
何知龍肉卽猪肉 細語麤言盡入神
惜彼當年老居士 大機曾未脫根塵
이에 서사천은 웃으면서 말하였다.“참으로 그렇습니다.소동파
가 이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애석합니다.”
아!소동파의 시에,“나의 전신은 노행자[前身自是盧行者]”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