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66
166
는데,어느 날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보는 것을 볼 때 그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보는 것은
오히려 보는 것을 떠나 있어 보는 것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주먹을 똑바로 세우면서 “보이느냐?”라고 하니 융선사가,“보
입니다”하자 “머리 위에 머리로다”하였다.
이 말끝에 융선사는 그 뜻을 깨쳤다.
이어 그는 대장각 지키는 소임[藏敎]을 맡아보게 되었는데 한
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물었다.
“융장주는 저처럼 나약한데 어떻게 장교를 맡을 수 있습니까?”
“ 잠자는 호랑이다.”
호구사의 주지가 되어 그의 도는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그는 백운 단(白雲端)화상께서 조사당(祖師堂)을 세웠던 옛 일
을 따르면서 “후손이 되어 선인의 가르침을 몸소 행하지 못한다
면 후손된 도리에 맞겠는가”라 하고는 마침내 영정들을 모시고
그 위에 글을 썼다.
달마선사
온 나라 사람으로도 붙잡아 두기 어려웠으니
한쪽 신발을 끌고서 서쪽으로 돌아가셨네
아!웅이산 밝은 달빛은
천고에 변함없는 차가운 광채.
闔國人難挽 西攜隻履歸
只應態耳月 千古冷光輝
백장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