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63
나호야록 下 163
얼마 후 법연선사가 성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현선사는 원오선
사와 함께 성으로 가는 중이었다.그래서 흥화(興化)에서 세 사람
이 서로 만나게 되었다.이에 법연선사가,“지난번 만났을 때의
일을 기억하는가?”하고 물었다.현선사가 “온 식구가 삼가 문안
을 드립니다”하니 법연선사가 원오선사를 돌아보며,“저놈이 말
이 많구나”하였다.
이 일로 기연이 계합되었다.오랜 후 그곳을 떠나 촉(蜀)땅으
로 가게 되자 법연선사가 소참(小參)법문을 하였다.
“고향 떠난 40여 년에 일시적으로 촉 땅의 말을 잊었다.그대
가 성도(成都)로 가거든 반드시 노(魯)나라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현선사가 성도로 돌아오니 소각(紹覺)선사는 소각사(昭覺寺)주
지로 있었다.현선사에게 장송(長松)에 주지하라는 명을 받도록 하
니 개당 법회에서 향을 사르며 법문하였다.
“한 분은 정성 들여 풀무질을 해주신 분이요,한 분은 기막히
게 갈고 닦아주신 분이다.두 분의 공이 모두 현저하니 어느 분을
먼저 모셔야 하는가?듣지 못하였는가?뿌리가 무겁고 가지가 가
벼운 줄은 바람 앞에서 판명된다는 말을.이 향은 소각화상을 위
하여 받드오니 온 천지와 산골에 향연기가 가득 퍼져 천하의 모
든 납승들이 숨쉬지 못하도록 하리라.”
아!사실보다 지나친 말은 감추려고 하면 더욱 드러나는 법이
니,그러한 생각을 다시 또 내는 이를 어찌 없다 하겠는가?그를
일숙각(一宿覺)스님과 비교해 본다면 매우 다른 사람이라 하겠다.
더구나 그는 일찍이 대숭(戴嵩)과 같은 문필을 지녀 총림에서는
‘현우자(顯牛子)’라 일컬어져 왔다.그런데 이와 같이 하찮은 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