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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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지금 바로 섰는가,거꾸로 섰는가?”
               “ 바로 섰습니다.”

               “ 의심을 하는가?”
               “ 의심하지 않습니다.”
               “ 자기는 의심하지 않는데 그는 왜 의심하는가?”

               이 말에 오순은 크게 깨치고 게송 두 수를 지어 회당스님에게
            올렸다.



                 가운데엔 문이 없고 사방엔 옆이 없는데
                 학인은 부질없이 그림자 잡기에 바쁘네
                 옛 동산에 떠오르는 천고의 달을 귀히 여겨도
                 밤이 되면 여전히 떠올라 감춘 적 없구나.
                 中無門戶四無旁 學者徒勞捉影忙
                 珍重故園千古月 夜來依舊不曾藏

                 노봉거사는 옛 문인이라
                 스승의 영정 얻어 가까이 모시구려
                 대지를 쓸어 잡아 하나의 눈 마련하고

                 높이 날아 올라보니 달리 모든 게 새롭더라.
                 盧峰居士舊門人 邈得師眞的的親
                 大地撮來成箇眼 翻騰別是一般新


               회당선사도 게를 지어 그에게 보냈다.



                 바닷가 가파른 산 발길 끊겼으니
                 굳게 닫힌 관문을 밟았을 때 소식 이미 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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