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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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75


               26.원오두(源五斗)/초원(楚源)수좌



               사심(死心)선사는 소성(紹聖:1094~1097) 연간에 강서(江西)
            취암사(翠巖寺)에 주지로 있었는데,법당 뒤편 제안왕(齊安王)의
            사당은 영검이 대단하였다.사심선사는 사당을 절 서쪽 모퉁이로

            옮기고 그 자리에 방장실을 짓고 침상을 놓았다.곤히 잠들면 구
            렁이가 곁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내쫓으면 다시 찾아오고 하여

            마침내 예사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어느 날 삼경에 의관을 갖춘
            자가 꿈속에 나타나 인사하고,옮겨간 곳이 좋지 못하니 장정 60
            명만 빌려 주면 남쪽 이광사(二廣寺)로 떠나겠다고 극진히 말하는

            것이었다.사심선사는 꿈속에서 이를 허락하였는데 얼마 후 장정
            이 있는 집마다 전염병이 돌아 약속한 숫자만큼 죽은 뒤에야 없
            어졌다.이에 사심선사는 학인들에게 물었다.

               “말해 보아라.귀신이란 과연 있는 것일까?만일 있다면 왜 나
            를 죽이지 않았을까?없다면 장정들은 무엇 때문에 죽었을까?”
               그 당시 이 말에 대답을 해서 맞은 사람이 없었는데,마침 초

            원(楚源)수좌가 보봉사 진정(眞淨)선사 문하에 있다가 그곳에 가니
            사심선사가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원수좌가 “참외는 꼭지까지 달

            고 쓴 조롱박은 뿌리까지 쓰다”고 하니 사심선사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원수좌는 기연에 응함이 매우 둔하여 적음(寂音)선사는 그에게

            ‘원오두(源五斗)’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이는 입김을 불어 쌀
            다섯 말을 밥지을 시간에 비로소 한마디 대답할 수 있다는 뜻이

            다.그러나 묘희스님은 초년에 원수좌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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