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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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77
현수좌가,“버릇없이 흉내내어 한마디 내보이겠습니다”하자
용선사가 “어서 내게 들려다오”하니 현수좌가 곧 게송을 올렸다.
늠름한 차가운 빛 칼집에서 나올 때
천지에 번뜩여 찬란한 빛 빛내니
칼날에 닿기만 하면 비로불의 머리도 자르는데
요괴가 어떻게 시비를 일으킬꼬.
凜凜寒光出匣時 乾坤閃爍耀口輝
當鋒坐斷毘盧頂 更有何妖作是非
용선사가 물었다.
“갑자기 천마외도를 만나면 어떻게 하겠느냐?”
현수좌가 좌복을 집어던지자 용선사는 자빠지는 시늉을 하였
다.이에 현수좌가 소매를 툭툭 털고 나가니 용선사가 “잠깐!이
리 오너라”하였다.
현수좌가 “잠깐 기다리십시오,가서 소굴을 파헤치겠습니다”
하니 용선사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얼마 후 단(白雲端)선사를 찾아가니 단선사는 대중 앞에서 그
를 칭찬하고 사숙간의 예의로 대접하였다.하루는 단선사가 정거
사(淨居寺)의 요(瑤)선사와 함께 물레방앗간을 돌아보는데 현수좌
가 몇몇 스님과 함께 먼저 그곳에 있다가 단선사를 모시고 오른
편에 섰다.그러자 요선사가,“현형,편히 있어도 상관없소”하니
단선사가 “여기서 말을 듣도록 내버려두라”고 하였다.그러자 현
수좌가 “저는 구경값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하고 떠나 버리
니 두 스님은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