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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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문의 정법안장을 모두 이 책에서 볼 수 있다.때로는 기연
               을 인용하기도 하고 게송으로 종지를 드러내기도 하니 배우는
               이가 읽어보면 종지를 알고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법보전 이 어떤 책인가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계하스님은 천동사와 육왕사를 왕래하면서 산문을 지나
            는 스님이 있으면 으레 시험해 보았다.하루는 한 스님이 형양(衡

            陽)사는 사람이라 하면서 스님과 같은 고향이라 한다고 시자가
            전했다.굉선사는 주장자를 끌고 걸어가면서 “가서 참선해서 도는
            배우지 않고 와서 고향사람은 알아 무얼 찾겠다는 건가?”라고 하

            니 그 스님이 대답하려고 머뭇거리자 주장자로 후려쳐 내쫓아 버
            렸다.그는 이와 같이 사람을 다스렸던 것이다.
               절의 숲이 깊고 수려하여 어느 높은 사람이 묘지를 택해 놓고

            친히 관을 가지고 왔다.그런데 굉선사가 그 묘지 구덩이에 반듯
            이 누워 있으니 장례를 치를 수가 없었다.이에 군수 구대제(仇待

            制)가 사람을 보내 설득하였다.
               “천 년의 상주물이요 하루아침 승려다’하는데 스님께서는 어
            찌하여 이처럼 굳이 다투십니까?”

               “ 하루아침 승려로 해서 천 년 상주물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
            다.”

               그 귀인 역시 현명한 사람이라 그 말을 수긍하고 다른 곳에 장
            지를 마련하였다.그의 일 처리는 이와 같았다.굉선사는 비록 수
            승한 인연은 없었지만 천 년 상주하는 절 일로 자기의 사명을 삼

            았으니 연줄로 자신의 위치를 굳히려는 자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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