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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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209
두 암자에 살다 보니 이미 몸은 늙어
다시 깊은 골 찾아 쇠잔한 몸 요양하리.
自從南嶽來雪竇 二十餘年不下山
兩處居庵身己老 又尋幽谷養衰殘
누런 피부 속에 뼈 있는 평범한 중 하나
썩은 젖지 같은 머릿속은 생각생각 맑아라
늙은 이내 몸 손님 대하기 힘이 드니
칡덩굴 부여잡고 험한 산을 다시 또 오르네.
黃皮裏骨一常僧 壞鮨頭百慮澄
年老嬾能頻對客 攀蘿又上一峻嶒
널리 눈앞에 펼쳐 있는 시방세계
서운암 버려 두고 다른 산을 지나자니
세 벌의 승복은 누덕누덕 기워지고
지팡이 하나 벗삼아 한가한 삶 누리리라.
十方世界目前寬 抛劫韻庵過別山
三事壞衣穿處補 一條藜杖伴淸閑
화암주의 맑은 명성과 고매한 덕망은 그가 지닌 도에서 우러나
온 것이지만 그는 꽃 같은 정신과 고고한 모습으로 세상에 간여
하지 않았다.그런데도 당시에 시기를 받아 마침내 거처를 옮기게
되었으니 아!명성과 덕망이란 사람에게 누가 된다는 말이 사실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