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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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사심선사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니,사심선사는 “이 분이 진
짜로군”하고 드디어 절을 올리며 주인과 손이 서로 몹시 기뻐하
였다.
사심선사는 다시 황룡사를 다스리다가 정화(政和)갑오년(1114)
12 월 15일에 입적하였다.당시 지선사는 개복사(開福寺)의 주지로
있었는데 그의 부음을 듣고 법좌에 올라 법문을 하였다.
불행스럽게 불법의 깃발이 부러져
그의 육신이 한 줌의 재로 변했네
어젯밤 진흙소가 한 가닥 선을 틔워 놓더니
황룡사 스님은 이제 윤회에 들어간다.
法門不幸法幢摧 五蘊山中化作灰
昨夜泥牛通一線 黃龍從此入輪廻
시자승이 어록을 편집하면서 ‘윤회에 들어간다[入輪廻]’에서 입
(入)자를 출(出)자로 바꿔 쓰자 지선사가 이를 보고 크게 꾸짖었다.
이때 지선사의 나이 90세였으니 선문의 큰 노스님이다.그러나 그
는 사심선사를 조카처럼 생각하였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는 법의 깃대가 부러졌다고 탄식하였으니,옛 선사들은 불법으로
사람을 평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살아 있을
땐 칭찬하지만 죽은 후엔 헐뜯으니 저자의 장사치와 다를 바 없
다.정말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