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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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下 139
14.도적 집안에서 도적을 만드는 비방/오조선사
오조스님이 하루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여기 나의 선은 무엇과 같다고 할까.이를테면 도적 집안에서
도적을 만드는 것과 같다.도적의 집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하
루는 아버님이 늙은 후엔 우리 식구를 어떻게 보살펴야 할까,일
이라는 것을 배워 두어야 되겠다 생각하고 마침내 아버지에게 말
하자 그의 아버지는 좋은 생각이라며 칭찬해 주었다.
그래서 하룻밤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큰집에 가서 담장
에다 구멍을 뚫고 집안으로 숨어들었다.아버지는 궤짝을 열고 아
들에게 그 속으로 들어가 옷과 돈을 가지고 나오라 하고서 그가
들어가자 궤짝 문을 닫고는 다시 자물쇠를 채웠다.그리고는 일부
러 대청 마루를 두들겨 그 집안 사람들이 놀라 깨도록 하고서 자
기는 먼저 담구멍을 찾아 도망쳐 버렸다.그 집 사람들은 곧 달려
나와 불을 밝혀 살펴보고는 도적이 들어왔다가 이미 가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편 그 아이는 궤짝 속에 갇혀서,우리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였을까 하며 걱정에 빠져 있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하
나 떠올랐다.궤짝 속에서 쥐가 궤짝을 갉아먹는 소리를 내니 그
집에서는 하인을 보내 등불을 켜고 열어 젖혔다.궤짝이 열리는
순간,도적 아이는 몸을 솟구쳐 등불을 끄고는 하인을 밀치고 밖
으로 뛰쳐 달아났다.그러나 그 집 사람들이 뒤쫓아 왔다.중도에
이르러 도적 아이는 갑자기 우물 하나를 발견하고서 큰 돌을 우
물 속으로 떨어뜨렸고,사람들이 우물 속을 기웃거리며 도적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