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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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그의 경지를 분명히 가려내지 못하고 스스로 깨친 것을 말
해 보라고 한다.다시 그에게 견처(見處)가 어떻느냐고 물으면 학
인은 자신의 견처를 말할 수 없다고 한다.그러면 도리어 네가 말
할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볼 수 있겠느냐고 하니,이런 식
으로 해서 어떻게 학인을 지도하겠느냐?
천 대도(谷泉大道)선사가 자명사(慈明寺)에 간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였느냐?자명선사가 곡천선사에게 물었다.
‘조각구름 산골짜기에 피어나는데,행각하는 이여,어디에서 왔
는가[片雲生谷口 遊人何處來].’
곡천스님이 대답하였다.
‘간밤에 어느 곳에 불이 나서 옛사람의 무덤을 태웠는고[夜來
何處火 燒出古人墳].’
자명스님이 ‘아직은 안 되겠다.다시 말하라’하여 곡천선사가
대뜸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자 자명선사는 좌복을 들어 한 차례
때렸다.곡천선사가 자명스님을 선상 위로 밀어붙이는데 이번에는
자명스님이 도리어 호랑이 울음소리를 냈다.이에 곡천선사는 이
제껏 84명의 선지식을 만났지만 선사만이 임제 종풍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그들의 이와 같은 문답 몇 구절을 보
면 어디에서 그들의 경지를 볼 수 있을까?모름지기 이래야만 한
다.”
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의지가 굳고 정성스런 사람을 기다리되 자질이 되어야 하
니,바로 한번 뛰어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는 그런 자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