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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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너에게 앉을 곳이 있는 것을 보면 곧장 깎아 없애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깎아 나아가야 한다.’”
스님이 또 하루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학인을 가르치는 종사는 안주하는 곳[落地處]이 있어서는 안
된다.만일 안주하는 곳이 있으면 학인이 앞에서 떠나가는 꼴을
보게 된다.”
하루는 또 말하였다.
“너희는 오직 생각을 불살라 놓고 보아라.재가 되어 갑자기
화로 밖으로 싸늘한 콩 한 알이 튀어나와야만 아무 일 없는 사람
이라 할 것이다.”
스님이 보봉사(寶峰寺)에 있을 때,원(元)수좌가 스님을 보고 지
극히 좋아하였다.하루는 휴가를 얻게 되어 이상로(李商老)를 찾아
보고 한 달쯤이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막상 40일이 넘어서
야 돌아오니 원수좌는 스님을 보고서 갑자기 말하였다.
“아!세월이 덧없이 빠르구나.”
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스님은 동산(洞山良价)선사의 오도송(悟道頌)*을 보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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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양개화상은 운암스님 회하에서 공부하다가 물을 건너면서 물에 비친 그림자
를 보고 깨달아 오도송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