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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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반달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진제형(陳提刑:覺民)이 벼
슬을 그만두고 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중을 지나다가 오조스님
에게 도를 물었는데 이야기 끝에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제형은 어린 시절에 ‘소염시(小艶詩)’를 읽어본 적이 있소?그
시 가운데 두 구절은 제법 우리 불법과 가까운 데가 있습니다.”
소옥아!소옥아!자주 부르지만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랑이 내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함이다.
頻呼小玉元無事 祗要檀郞認得聲
제형은 연신 네,네,하였고 오조스님은 자세히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때마침 원오스님이 밖에서 돌아와 곁에 모시고 섰다가 물었다.
“듣자 하니 스님께서 ‘소염시’를 인용하여 말씀하는데 제형이
그 말을 알아들었습니까?”
“ 그는 소리만을 들었을 뿐이지.”
“ 단랑이 나의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하였는데 그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습니까?”
“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가?뜰 앞의 잣나무니라.
앗!”
원오스님은 이 말에 갑자기 느낀 바 있어 방문을 나서니 닭이
홰에 날아올라 나래를 치며 우는 모습이 보였다.이에 다시 ‘이것
이야말로 그 소리가 아니겠느냐’하고 드디어 소매 속에 향을 넣
고 방장실에 들어가 자기가 깨달은 바를 말하니 오조스님이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