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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45
였다.오조스님은 청원이 이처럼 선을 설법하니 이제는 아무도 그
를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원오스님은 일찍이 기주(蘄州)북쪽 오아사(烏牙寺)의 방(方)스
님에게 공부하였고,불감(佛鑑)스님은 동림사의 선비 도스님에게
공부하였다.두 사람 모두가 조각(照覺)스님의 평실선을 터득한 후
함께 오조의 문하에 왔는데 평소 얻은 바를 한 구절도 써 보지 못
하고 오랫동안 깨친 바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오조가 일부러 그
르쳐 놓았다’생각하고 불손한 말을 하고 화를 내면서 떠나려 하
니,오조스님이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 절강성을 돌아다니다가 한 차례 열병을
겪을 것이니 그때 비로소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원오스님은 금산사(金山寺)에 도착하자 갑자기 열병에 걸렸는
데 무척 심하여 중병려(重病閭:요양소)에 옮겨졌다.그래서 평소
에 터득한 선으로 병을 이겨 보려고 하였지만 한 구절도 힘이 되
지 못하자 오조스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고 병이 조금이라도 나으
면 곧장 오조산으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맹세하였다.한편 불감
스님도 정혜사(定慧寺)에 있다가 역시 열병을 앓아 위급하게 되었
다.원오스님은 다시 깨어나자 정혜사를 경유하여 불감스님을 끌
고서 회서(淮西)까지 함께 돌아왔다.그러나 불감스님은 그때까지
도 고집을 버리지 않고 원오스님에게 먼저 돌아가라 하니,어쩔
수 없이 원오스님만이 그 길로 오조산에 돌아왔다.법연(오조)스님
은 기뻐하면서 “네가 다시 돌아왔느냐”하고는 곧 선당에 들어가
게 하고 시자를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