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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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41
효순스님은 절에 이르자 법당에 올라 송을 하였다.
까닭 없이 참소 입어 쫓겨났던 몸
반 년 남짓 세월을 속인이었네
오늘 또다시 삼협사에 돌아오니
기뻐할 이 그 얼마며 노여워할 이 그 몇일까.
無端被譖枉遭迍 半年有餘作俗人
今日再歸三峽寺 幾多懽喜幾多嗔
효순 노부스님은 어느 날 거량하였다.
“염관(塩官齊安:?~842,마조스님의 법제자)스님이 시자를 불러
물소뿔 부채를 가져오라 하니,그 부채는 이미 부서졌다고 하였
다.염관스님이 ‘부채가 부서졌으면 내 물소를 돌려 다오’하자 시
자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이에 대해 말하였다.
“삼복 더위라 부채가 필요할 때인데 시자가 되어 자기 할 일을
알지 못했다.그렇지만 염관도 너무나 다그친 것이다.어찌하여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였는가?시자도 그 당시 염관이 ‘부채가
부서졌으면 내 물소나 돌려 다오’하였을 때,곧 그에게 ‘이미 바
람에 날려 쓰레기더미로 들어가 버렸습니다!’라고 했어야 한다.”
취암(翠巖)진점 흉(眞點胸,可眞,?~1064)스님은 일찍이 효순
노부스님에게 무사선(無事禪)을 설한다고 욕을 하였는데 석상 법
영(石霜法永)스님이 가진스님에게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하였다.
“효순이 동산(洞山曉聰)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고경인연(古鏡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