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P. 44
44
다.원오(圜悟克勤:1063~1135)스님이 ‘제일구에서 알아차리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될 수 있고 제이구에서 알아차리면 인천(人
天)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제삼구에서 알아차리면 자신도 구제하
지 못한다’하신 임제대사의 말씀을 들어 설법한 적이 있었다.하
루는 불안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느닷없이,“내가 너에게 삼구를 보
여주겠다”하고는 손가락을 꼽으면서 “이것은 제이구,이것은 제
삼구”하고는 곧장 달아나 버렸다.
원오스님이 이 일을 오조스님에게 말하니 오조스님은 “그거 좋
구나!”하였다.
불안스님은 마침내 오조스님을 하직하고 귀종사(歸宗寺)진정
(眞淨克文:1025~1102)스님을 뵈러 떠나갔는데 그 후 오조스님
이 원오스님에게 말하였다.“귀종은 파도가 거세고 큰 깃발을 휘
둘러 대는 수단을 쓴다.청원이 그곳에 가더라도 반드시 그와 맞
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며칠이 안 되어 불안스님은 원오스님에
게 서간을 보내 왔다.
“여기 귀종사에 와 보니 우연찮게 그물에 구멍이 났다.운거
청(雲居:靈源惟淸, ?~1117)수좌의 회당화상찬[晦堂眞贊]에,
‘소문엔 부귀를 누린다 하더니만 막상 보니 가난뱅이로군!’하는
구절을 듣고 의심하였는데,막상 그를 만나 보니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그 해를 넘기고 그는 다시 오조산(五祖山)에 돌아왔는데 대중
들이 설법을 청하니 불자를 잡고 심성(心性)에 관한 선을 설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