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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緣)을 그렇게나 깨달았는데 설마 무사선을 설하였겠는가?그를 욕
한다면 그대 스스로 한쪽 눈[一隻眼]을 잃게 될 것이다.”
효순스님은 그 말을 듣고 송을 지었다.
나는 선이 뭔지 몰라
그저 발 씻고 침상에 올라 잠잘 뿐
겨울 오이는 그저 둥글고
표주박은 구불구불하네.
雲居不會禪 洗脚上牀眠
冬瓜直儱侗 瓠子曲彎彎
법영스님도 송으로 답하였다.
나도 선이 뭔지 몰라
그저 발 씻고 침상에 올라 잠잘 뿐
목침이 떨어지는 바람에
사원의 벽돌이 박살났구려.
石霜不會禪 洗脚上牀眠
枕子撲落地 打破常住甎
효순스님은 어느 날 상당하여 말했다.
“황혼이 진 뒤에는 버선을 벗고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일어나
다시 행전을 묶는다.밤사이 바람 불어 울타리 넘어지니 노비를
모두 불러들여 대나무를 쪼개어 울타리를 일으켜 세우는구나!”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