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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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연(惠淵)수좌라는 이가 있었는데 향북인(向北人)으로 강직
            하고 자립심이 있는 사람이었다.회당스님,진정스님 등에게 공부

            하여 실로 깨친 바 있었지만 나타내지 않고 대중에 묻혀 지내니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하였다.그가 두수나 지사 등이 서로 미루고
            가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진정스님에게 아뢰었다.

               “저도 갈 수 있습니까?”
               “ 갈 수 있지.”
               드디어 답장을 보내 혜연수좌를 천거하니 혜연수좌는 공문을

            받자 곧장 떠나갔다.당시 제일수좌[座元]로 있던 담당(湛堂)스님
            이 혜연수좌에게 물었다.
               “그대는 그곳에 가서 어떻게 주지를 하려는가?”

               “ 저는 복이 없는 사람이니 모든 사람과 인연을 맺고 스스로 걸
            망을 등에 메고 거리에 나가 목탁을 두들겨서 대중에게 공양할

            것입니다.”
               “ 이 일은 모름지기 노형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그리고는 게송을 지어 전송하였다.



                 스님이여!신오 땅에 들어가거든
                 중생을 잘 이끌어
                 잠시 나귀다리는 숨겨 놓고
                 먼저 부처님의 손을 펴시오

                 시비를 지적하고 미추를 분별하여
                 죽이고 살리는 칼자루를 잡고서
                 사자후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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