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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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心同虛空界 示等虛空法
                 證得虛空時 無是無非法


               이 게송을 보고서 활짝 크게 깨쳤다.뒷날 세상에 나아가 주지

            가 되었을 때 법당에 올라 소참법문을 할 적이면 으레,“나는 소
            성(紹聖)3년(1096)11월 21일 마음 선[方寸禪]을 깨달았다”고 하
            였다.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희령(熙寧)3년(1070)에 승적을 봉상부(鳳翔府)에 올렸는
            데 그 당시 화산(華山)18주(州)를 모조리 함락시켰다.너희 가지

            [茄]와 표주박과 같은 놈들이 어떻게 이 일을 알 수 있겠는가?”
               칙명으로 법운사(法雲寺)의 주지가 되었을 때 개당하는 날,황
            제가 하사한 향을 가지고 찾아온 사신이 어록을 바치도록 요구하

            였다.당시 홍 각범(慧洪覺範)스님이 그 회하에 있었는데 시자더러
            그를 청하여 어록을 엮도록 하면서 “이 노화상의 참모습을 보라”

            고 하였다.각범스님이 어록을 편집하여 바치자 다 읽은 후 각범
            스님에게 말하였다.
               “만일 생사를 해결하는 선을 구하는 일이라면 내게 돌릴 것이

            려니와 이와 같이 꽃을 꺾어 비단 족자를 만들고 사륙체(四六體)
            의 문장으로 아름다운 말을 펴는 일이라면 반드시 우리 홍형이라

            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법운스님은 평소 기개가 여러 선림을 압도하여 세속의 무리를
            마치 어린아이 쓰다듬듯 하였으니 그가 깨친 경지가 남보다 훨씬

            앞선 데가 있기에 감히 그럴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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