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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53


               28.둔하던 기봉이 날래지다/법운 고(法雲杲)선사



               법운 고(法雲杲)스님은 여러 스님 문하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원통 기(圓通圓璣:1036~1118)도인의 회하에 이르렀다.방장실에
            들어가니 원통도인이 화두를 거량하였다.

               “조주스님이 투자(投子大同:819~914)스님에게,크게 죽은 사
            람이 문득 살아날 때는 어떠냐고 묻자,밤길을 걷게 할 수는 없으

            니 동이 트거든 찾아오라고 대답하였다.”
               원통도인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고스님은,은혜
            가 커서 갚기 어렵다고 답하였고,원통도인은 그를 매우 칭찬하였

            다.그 후 며칠이 지나 그를 입승(立僧)으로 천거하여 불자를 잡고
            설법하게 하였는데 고스님은 기봉(機鋒)이 둔하여 온 법당이 웃음
            바다가 되자 부끄러운 빛이 역력하였다.그 이튿날 특별히 대중을

            위하여 다회(茶會)를 열었는데 상 위에 다구(茶具)를 벌여 놓고서
            도 부끄러움 때문에 처신할 바를 몰랐다.그러다가 우연히 다구를
            건드려 엎어 버리니 표주박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툭 툭 툭 몇 번

            을 뛰자 화두에 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그 후엔 기봉이 빠
            르고 날카로워 감히 당할 수 없었다.

               그 후 다시 진정스님의 회하에 가서 조사의 게송을 보게 되었다.


                 마음은 허공계와 같아서
                 허공과 같은 법을 보여주니
                 허공을 깨쳤을 때
                 옳은 법도 그른 법도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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