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P. 55
종문무고 上 55
29.담당선사의 탑명/무진(無盡)거사
스님(대혜)은 담당(湛堂)스님이 입적하자 각범(覺範)스님에게 행
장을 부탁하고,용안 조(龍安慧照:1049~1119)선사의 소개 편지
를 가지고 특별히 형남(荊南)의 무진거사(無盡居士)를 찾아가 탑명
(塔銘)을 청하였다.처음 무진거사를 만났을 때 그는 선 채로 스님
에게 물었다.
“스님은 그처럼 짚신만 신고 이 먼길을 왔습니까?”
“ 저는 수천 리 길을 걸식 행각하면서 상공을 찾아왔습니다.”
“ 나이가 몇이오?”
“ 스물넷입니다.”
“ 수행승[水牯牛]이 된 지 몇 해나 되었소?”
“ 2년 되었습니다.”
“ 어디서 이런 겉치레를 배워 왔소?”
“ 오늘에야 상공을 만나 뵈옵니다.”
무진거사는 웃으면서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자고 하였다.
앉자마자 무슨 일로 먼길을 찾아왔느냐고 물으니 스님은 일어
나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늑담(潭:담당)스님께서 입적하여 다비를 하였는데 눈동자와
치아 몇 개는 부서지지 않았고,무수한 사리가 나왔습니다.이에
산중의 노스님들이 모두 상공의 문장으로 탑명을 마련하여 후학
들을 격려하고자 하기에 부득이 먼길을 찾아와 청을 드리게 되었
습니다.”
무진거사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