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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57
다.
출가자의 본분은 생사대사인데 만일 생사가 닥쳐왔을 때 어디
로 가는지를 알지 못한다면,임종 때 하나하나 분명히 유언을 남
기는 시골 서리만도 못할 것이다.사대(四大)로 된 몸이란 여러
인연이 거짓 합한 것이니 본래부터 사리라는 것에 어찌 체성(體
性)이 있겠는가.그러나 수행이 정결하고 정업(淨業)이 확고하면
영명(靈明:마음)이 확 트여 사후의 과보를 미리 알므로 놀라지
도 겁을 내지도 않는다.그리하여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두 가
6)
지가 터럭만치도 어긋남이 없다.거친 세간심은 본분사에 있어서
는,하루 스물네 시간 가운데 끊임없이 흐르는 미세한 망상을 비
춰 보지 못하고 크나큰 아만심(我慢心)을 낸다.이것은 업주(業主)
인 귀신이 우리 몸을 빌려 집을 삼았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사
리가 구슬처럼 흘러나오고 6근이 부서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
것이 될 말이겠는가?
30.총림의 달사/복엄 치(福嚴寘)선사
복엄 치(福嚴寘)스님은 동천(東川)사람으로,처음 행각하면서
진여(眞如:大潙慕喆)스님을 뵙고 바른 안목을 깨쳤다.위산(潙山)
의 지객실[知客寮]에서 입승(立僧)으로 있다가 실언을 해서 물러나
원두(圓頭:菜田의 일을 맡아보는 자)가 되어 속죄를 청하니 진여스
님이 말하였다.
“너는 박복한 사람이니 채소밭 일을 하여 대중을 공양하는 것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업에 따라 받는 중생의 몸을 정보(正報)라 하고,그 중
생이 의지해서 몸담고 사는 기세간(器世間)을 의보(依報)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