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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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인으로 이곳에 머무른 뒤론 한번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글을 짓지 않았소.이제 한 가지 물어볼 테니,대답을 한다면 탑
명을 지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돈 5관(五貫)을 줄 터이니 발
길을 돌려 다시 도솔사로 가서 참선이나 하시오.”
“ 그러시다면 상공께서 물으십시오.”
“ 내 듣자 하니 문준 노스님의 눈동자가 부서지지 않았다고 하
는데 정말이오?”
“ 정말입니다.”
“ 내가 묻는 것은 그 눈동자가 아니오.”
“ 상공은 어떤 눈동자를 물으셨습니까?”
“ 금강의 눈동자를 물었소.”
“ 금강의 눈동자야 상공의 붓끝에 있습니다.”
“ 이렇게 되면 이 늙은이가 그를 위해 광명을 찍어내어 그것으
로 천지를 비추라는 얘기로군!”
스님은 뜨락으로 내려서며 말하였다.“스승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상공의 탑명에 감사를 드립니다.”
무진거사는 이를 허락하면서 웃었다.
탑명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리라는 것은 공자․노자의 책에서는 듣지 못한 물건이다.세
존께서 열반하시자 제자들이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우고 공양하
였다.조주 종심(趙州從諗:778~897)선사는 만여 개나 되는 사
리가 나왔고,근세에도 융경사(隆慶寺)의 한(閑)선사,백장사의 숙
(元肅)선사는 다비한 연기가 미치는 곳까지 모두 사리를 이루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