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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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下 129


            자는 항상 적다.못난이들은 익숙해지기 쉽지만 식견이 있는 자와
            는 친하기 어렵다.그러한 사이에서 스스로 크게 뜻을 세운다는

            것은,마치 한 사람이 만 명을 대적하는 일과 같다.용렬하고 천
            박한 버릇이 모두 없어졌을 때 참으로 헤아릴 수 없는 뛰어난 인
            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 후로부터 오늘날까지 그 말씀을 되새겨 오고 있다.
               기질이 의지를 이기면 소인이며,의지가 기질을 이기면 똑바른
            인물이랄 수 있지만,의지와 기질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도를 얻은

            성현이 된다.어떤 사람이 남의 충고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납고 괴팍한 성깔을 부리는 것은 그의 기질 때문에 그처럼 된
            것이다.

               기파(耆婆:옛날 부처님 당시의 명의)가 죽으려 하자 모든 풀들
            이 울면서 ‘기파가 살아 있을 때는 우리가 쓸모 있었지만 그가 죽

            은 후엔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는 이야기가 있다는데,이는 바로 오늘날의 세간사를 비유한 것이
            다.

               내가 출가하기 전,갓 20세가 되자 독(獨)거사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속에 주인이 없으면 바르지 못하고,밖에 주인이 없으면 움직
            일 수 없다.’
               나는 이 말을 들은 뒤로 일생 동안 이 말을 실천해 오고 있다.

            세속에 있으면서 입신양명할 때나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나 나아
            가 만년에 대중을 다스릴 때까지 이 가르침을 따랐다.마치 저울
            로 물건의 경중을 헤아리고 잣대[規矩]로 모나고 둥근 것을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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