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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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대한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 석가의 법이란 공(空)과 유(有)에 막힘이 없고 인아(人我)를 모
               두 잊고 생사를 뛰어넘어 적멸(寂滅)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우주 만상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이야기들이다.노자의 뜻
               은 ‘곡신(谷神)은 죽지 않고 현빈(玄牝:현묘한 생명)은 길이 존

               재하여’장생을 누리면서 구름과 학을 타고 물외(物外)에 노니는
               것이다.이는 신선세계의 가르침이다.악을 막고 어짊을 숭상하
               며 잔혹한 이와 살인자를 없애는 데에는 두 종교 모두가 왕도정
               치에 유익한 것이며 세속의 법칙에 어긋남이 없다.그런데 지금
               용렬한 승려가 계율을 범했다고 해서,또는 도사가 경전을 잊었
               다고 하여 그 가르침을 버리고 그 말씀을 없앤다 하면 이는 도
               올(檮杌)의 죄를 물어 요(堯)임금까지 폐위시키거나,삼묘족(三苗
               族)을 원수로 여겨 우(禹)임금까지 쫓아내거나,또는 고자(瓠子)

               지방에 수해가 범람하였다 하여 항하수의 수원을 막아 버린다거
               나,곤륜산 후미진 곳에 햇볕이 들지 않는다 하여 갑자기 불씨를
               던지는 일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이는 일찍이 백성에게 혜택
               의 이로움이 깊은 줄을 모른 것이며,세속의 풍속을 변화시킨 공
               용이 매우 넓다는 사실을 조금치도 모른 것이다.이는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바다를 보고서 자기의 소견에 얽매여 긴긴 밤 같

               은 미혹 속에 윤회하면서 깊이 빠져 들어가는 괴로움을 스스로
               에게 끼치는 격이다.또한 후학에게 의혹을 주어 잘못 인도하게
               되니,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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