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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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는 말뿐,스승이 학인을 보거나 학인
이 스승을 만나거나 전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서로가 애
매모호하다.이쯤 되고 보니 더 이상 무슨 한마디든 두 마디든 하
여 상정(常情)을 초탈하여 의심이 없는,큰 안락의 경지로 이끌어
준단 말인가.무거운 사슬을 끊고 천하인의 본면목을 꿰뚫어 줄
수도 없다.이제 대도(大道)는 머지않아 망할 것이다.
더러는 책 보따리며 우산을 등에 메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
을 찾아가는 이도 있다.그러나 대개는 배부르고 따뜻한 곳만을
찾고 외전(外典)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이야깃거리나 삼으려 할
뿐,종문의 대사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 한다.이에 한 술 더 떠
서 하릴없이 큰절 주지 자리에 앉아 복연(福緣)이 있으면 윗사람
에게 달려가 모시고,귀인들과 결탁하여 이를 외호(外護)로 삼아
일신을 편하게 할 계책을 삼는다.마침내는 이러한 습관이 풍조가
되어 서로 본따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줄을 아는 자는 거의 찾
아볼 수 없다.
대중 가운데 진짜 납자다운 노스님이 비록 도를 깨쳤다 하더라
도 그들은 은밀히 고풍(古風)을 추앙하여 자취를 감추고 물러나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권세 있는 귀인들과 가까이하지 않으므로
폐단을 개혁할 힘이 없다.그저 차가운 방에 외로이 앉아 소맷자
락에 손을 넣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념에 잠겨 그들의 얕은
기량에 분개하여 혀를 차며 개탄할 뿐이다.
바라건대 안목을 지니고 정인(正因)을 얻은 역량 있는 스님이
나와 노력하고 반성하여 목전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먼 미래를
도모하되,자신부터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전할 수 없는 묘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