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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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환상이니,영응사라 하여 어찌 오래도록 스님 혼자만의 생활
               터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이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머무
               를 땐 외로운 학이 소나무 꼭대기에 차가운 날개를 쉬고 있는
               듯하고 떠날 땐 조각 구름이 잠깐 세상에 스쳐가듯 한다’고 하였
               으니,떠남과 머무름에 깨끗이 처신한다면 무슨 매일 것이 있겠

               습니까.
                 머무르려 할 땐 한번도 머무르지 않은 적이 없어야지만이 바
               야흐로 떠나고 머무를 줄을 아는 사람입니다.하물며 물 한 모금
               쌀 한 톨도 모두 전부터 생에 정해진 인연이니,떠나가고 멈추는
               일 또한 어찌 사람의 일이라 하겠습니까.굳이 뜻이 같다 다르다
               를 고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만일 이처럼 경계를 명백히 깨닫
               지 못한다면 맨 끝에 가서 진창에 빠져 흙을 질질 끌고 다니듯
               깨끗한 처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에 떠나시거든 푸른 소나무 아래 밝은 창가에 편히 앉아
               꼼짝하지 않고 자신의 생사대사 인연을 깨닫는다면 정말로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만일 태수에게서 도움을 빌리려 한다면,그것
               은 겨드랑이에 태산을 끼고 바다를 뛰어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만법이 모두 공(空)임을 깨닫는다면 스님에게 있어선
               범인이 성인으로 탈바꿈되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혹시라도 그렇

               지 않다면 허리춤을 싸쥐고 어서 저 신부(新婦)나 맞으러 가십시
               오.”




               65.혼원 담밀(混源曇密)스님의 게송



               혼원 밀(混源曇密:1120~1188)스님은 태주(台州)사람으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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