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P. 76
76
주겠다.그러나 오직 다섯 가지 일만은 대신해 줄 수 없으니 네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 그 다섯 가지 일이란 무엇인가?그 말을 듣고 싶다.”
“ 옷 입고 밥 먹고 똥누고 오줌누고 이 시체를 끌고 길을 가는
일이오.”
도겸스님이 이 말에 크게 깨치고 자신도 모르게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사형이 아니었다면 내 어떻게 이러한 경지를 얻었겠소”라
고 하니,“그대가 이제야 비로소 자암거사에게 편지를 전할 수 있
겠으니,나는 돌아가겠다”하고 종원스님은 곧바로 건상(建上)으로
돌아가고 도겸스님은 그 길로 장사에 이르러 그곳에서 반년을 머
물렀는데 진국부인(秦國夫人:장위국공의 어머니)도 스님으로 인하
여 대사(大事)를 마쳤다.
마침내 쌍경사(雙徑寺)로 돌아오자 묘희스님은 지팡이를 짚고
문에 기대 기다리고 있다가 도겸스님을 보자마자 말하였다.
“건주 아이야!이번 길에 떠나갈 땐 이 노승을 원망만 했을 것
이다마는 그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매일 더욱 깊은 경지를 쌓아 뒤에 현사산(玄沙山)의
주지로 나갔다.
한번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서축 땅 큰 신선의 마음은 동과 서가 은밀하게 맞는다고 하였
는데 은밀히 맞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8월이라 가을날 어디가 덥단 말인가?”
다시 말하였다.